달라도 너무달라...

대기업의 편의를 위해 안보 시설에 손댄 결과

우수영 2015. 8. 7. 14:12

[최보식 칼럼] 누가 제2롯데월드의 '본질'을 봤는가

123층 잠실롯데월드는 전쟁과 유사시 상황에서
작전 수행에 치명적 장애… 국가 재난을 초래할 수도

한 대기업의 편의를 위해 안보 시설에 손댄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롯데가()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보다 그 난리통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안전모를 쓴 신동빈 회장이 제2롯데월드 건축 현장에 나타난 장면에서 말이다. 저렇게 하늘을 찌르며 올라가도록 누가 허락해줬는가. 14년간 끌어온 롯데의 민원(民願)을 해결해준 것은 그였다. 이번 사태만 없었다면 제2롯데 월드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었을지 모른다.

 

 

 

2롯데월드 건설 부지에서 공군 성남기지(서울공항)는 불과 5km 떨어져 있다. 555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공항과 비행 항로를 막아 서는 걸 상상해 

보면 된다. 군용기 이착륙과 전시(戰時) 작전 수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은 제왕(帝王) 같은 신격호 총괄회장

의 욕망이었고, 롯데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숙원 사업이었다.

롯데의 본격적인 로비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신격호 회장이 당시 정치인 총리에게 직접 부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총리  의 검토 지시를 받은 국방장관이 "만약 추진하겠다면 장군들도 옷을 벗겠다고 한다"며 사표를 들고 와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때도 다시 추진됐지만 강하게 반대하는 국방부와 공군 측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

그런 롯데에 결정적 찬스가 왔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건 정권이 들  어선 것이다. 당시 호텔롯데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였다. 임기 시작 두 달이 됐을 때 MB는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 에서 대놓고 국방장관을 질책했다. "왜 이리 오래 끄나. 날짜를 정해 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시오
."

반대에 앞장섰던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만료 6개월을 앞두고 교체됐고, 바로 이듬해 제2롯데월드 건설은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전투기가 뜨고 내릴 때의 안전 문제는 '타협'을 이뤘다. 서울공항의 부() 활주로를 3도 틀어 다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롯데 특혜' '정경유착' 등의 비판이 있었지만 청와대 측은 "의심암귀(疑心暗鬼·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걸 의심스럽게 보게 된다는 뜻)"라고 일축했다. 법적 절차와 형식에서는 하자가 없었다.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열린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공군도 그 회의에 참석해 결정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는 데 그까짓 활주로 방향을 3도쯤 못 틀 것도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당시 교체됐던 공군참모총장 K씨와 통화가 이뤄졌다
.

―그때 교체된 이유는
?

"
상부 명령에 따라 교체됐다. 2롯데월드 반대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

―활주로 방향을 3도 틀면 안전 문제는 해결된 건가
?

"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위험 요소를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실제 비행을 해봤다면 그걸 안다. 악천후와 기체 결함, 조종 미숙 등으로 컨트롤이 약간만 안 돼도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공항은 유사시 외국 공군이 들어와 전지훈련을 하는 곳이다. 이들은 지리적 사정에 밝지 않고 기량이 모두 완숙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전시나 비상 상황에서 작전할 때 당장 문제가 될 수가 있다. 가령 뜨고 내릴 때 적의 방공망을 피해 '회피 기동(機動)'을 해야 하는데 123층의 롯데월드는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

 

 


―공군의 논리도 있지만 국가 경제 차원의 논리도 있지 않을까
?

"
국가경제도 중요하지만 안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그런데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국가 안보 시설에 손댔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MB는 국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제2롯데월드를 승인해줬다고 했지만 K씨의 눈에는 한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국가 안보 시설에 손댄 것에 불과했다. 그때 어느쪽이 '본질'을 정확하게 봤던 걸까. 누가 '국익'의 편에 섰던 걸까.

롯데의 과거 특혜 의혹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지만 제2롯데월드는 그런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 한정권이 국가 안보의 일부까지 롯데와 거래하고 양보해준 것이다. 그로 인한 재앙적 위기 상황이 언제라도 닥칠지 모른다. 더욱 참을 수 없는 점은 그걸 내주고도 우리에게 무엇이 돌아왔느냐는 것이다. 오너가 신씨인지 시게미쓰상 인지도 불분명한 롯데가의 정체(正體)와 저토록 추잡하게 집안 싸움을 벌이는 롯데가의 뻔뻔함을 비로소 보게 된 것 말고는
.

지금 제2롯데월드는 117층까지 올라갔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에 완공된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한가지는 꼭 해야 한다. 당시 결정과정에 누가 개입됐고, 무슨 발언을 했으며, 배후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래야 실패의 교훈이라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