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게간장게장
고흥 과역에 유명한 기사 식당에서 칠게장을 만났다. 나의 고향 해남 우수영 에서 어린시절 즐겨 먹었던 칠게장이다. 배고픈 시절 전라도에서 밥반찬으로 즐겨 먹었다. 꼬챙이에 끼워 구워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칠게 간장게장을 즐 겨 먹는 곳은 영광, 무안, 신안, 목포, 해남, 강진, 장흥, 고흥 등 서남해안 바다 마을이다. 우리나라 갯벌의 42%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칠게는 펄이 많고 썰물에도 물기가 촉촉한 서해나 남해 연안과 섬 갯벌의 조간대(潮間帶)에 서식한다. 해남과 완도에서는 화랑게, 영광 이나 무안에서는 서른게, 부안에서는 찍게라고 한다. 태안에서는 능쟁이라 부르기도 했다. ‘자산어보'에는 ‘화랑해(花郞蟹)’라 했다. 기어 다닐 때 집게발을 쳐드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아 ‘춤추는 남자’라는 뜻으로 화랑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칠게간장게장을 담그려면 칠게를 바지락이나 동죽처럼 해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간장에 양파, 대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중불로 조린다. 이렇게 조린 간장을 식힌 후 칠게가 자박자박 잠기게 붓는다. 그리고 냉장 보관을 한 후 먹으면 된다. 먹을 때 양념을 더하기도 한다. 안면도에서는 배고픈 시절에 보리밥에 반찬으로 칠게간장게장 을 먹었다. 무안에서는 짚불로 구운 삼겹살을 먹을때 된장 대신에 칠게를 갈아 만든 칠게장을 함께 싸 먹기도 한다. 칠게는 게장외 에도 튀김, 볶음, 젓갈 등 다양한 조리를 한다. 또 칠게를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기도 했다.
칠게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만 아니다. 사람보다 칠게를 더 좋아하는 생물이 낙지다. 그래서 낙지를 잡는 연승어업에 칠게를 미끼로 사용한다.
알락꼬리마도요도 칠게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부리가 칠게를 잡기 좋도록 길고 구부러지게 진화했다. 최근 간척과 매립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어민들이 불법 어구를 사용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점점 밥상에서 우리 칠게를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갯벌은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도요새나 낙지에게도 꼭 있어야 할 생태 자원이다.
'길따라 맛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인 관광객처럼둘러본 '서울의 속살' (0) | 2016.03.01 |
---|---|
[스크랩] 주말매거진팀이 선정한 서울의 물회 맛집 10곳 (0) | 2015.07.27 |
유명 약수터 (0) | 2015.06.12 |
향토 별미를 찾아서 (0) | 2012.05.10 |
실뱀장어가 사라진다.. (0) | 2010.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