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 서쪽에 있는 남북한 넓이(22만㎢)의 산악지대, 해발 8000m가 넘는 고드윈오스턴(K-2봉)과 낭가 파르바트산, 눈 녹은 물이 숲과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 록그룹 레드 제플린이 ‘태양이 내 얼굴에 부딪히고 별들이 내 꿈을 채우는 곳’이라고 노래한 순수의 시원….
이렇듯 천혜의 자연을 갖춘 카슈미르(Kashmir)는 오랜 분쟁을 겪으며 ‘서남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이곳은 인도령(잠무 카슈미르)과 파키스탄령(아자드 카슈미르·길기트발티스탄), 중국령(아크사이친)으로
분리돼 있다. 인구도 70% 이상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나머지는 힌두교 신자로 나뉘어 있다.
이 지역의 비극은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인도대륙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무슬림 주민은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바랐지만 힌두교를 믿는 지도자는 인도를 택했다. 이에 반발한 무슬림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인도의 무력 개입으로 첫 번째 전쟁이 발발했다. 유엔 중재로 휴전이 된 후 카슈미르는 파키스탄령과 인도령으로 양분됐다.
2차 전쟁은 인도가 지금의 잠무 카슈미르를 연방의 하나로 편입하자 현지 주민과 파키스탄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터졌다. 1971년에는 인도가 동파키스탄 독립 문제에 개입하는 바람에 3차 전쟁이 일어났다. 인도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고,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카슈미르의 오랜 갈등은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다. 인도가 1974년 핵실험을 단행하며 핵 보유국이
되자 파키스탄도 1998년 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했다. ‘핵
카드’를 앞세워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 간에 최근 공습과 전투기 격추 등 무력 충돌이 다시 일어났다. 핵을
가진 두 나라가 공군력을 동원해 전투를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카슈미르 분쟁의 씨앗은 종교 갈등에서 시작됐지만
인도·파키스탄의 영토 분쟁, 인도·중국의 지역 패권 갈등, 테러와의
전쟁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파키스탄 영공이 폐쇄되면서 유럽행
하늘길이 막혀 국제선 항공기의 무더기 결항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때는 카슈미르산 산양털로 짠 ‘캐시미어(cashmere)’가 세계를 누볐다. 지금은 앙숙 간의 해묵은 싸움으로 산양뿐만 아니라 주민들 생활도 피폐해졌다. 그 뒤에 핵무기를 손에 쥔 권력자들의 야욕이 있다.
인도 vs 파키스탄 '70년 갈등'에…
다시 화약고 된 카슈미르
인도-파키스탄 대립 격화 반세기 넘도록 분쟁
이번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파키스탄 반군의 자살폭탄 테러다. 갈등은 고조됐고 군사 충돌로 이어졌다. 문제는 정치적 상황이 카길 전투 때와 다르다는 데 있다.
재선을 노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취임한 지 1년도 안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정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상대국과의
갈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억류 중이던 인도 공군 조종사를 지난 1일 송환하면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접경지대에서 여전히 포격전이 계속되는 등 불씨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지원하고 중국은 미국과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지지하고 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지난달 27일 왕이 중국 외교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파키스탄에 전함,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잠수함, 감시용 무인기 등 재래무기를 다량으로 판매해왔다.
또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요충지다.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도착한
원유를 중국까지 운송하기 위한 가스관과 철도·도로망 구축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핵심 사업이다.
반면 미국의 외교적 개입은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크리샨 싱 전 인도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다만 미국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튀어 철군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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