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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본 한반도 모양의 땅끝 <사진제공=해남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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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마을에서 사자봉으로 오르는 모노레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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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해수욕장 |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나희덕 시인의 시 ‘땅끝’을 빌어 말하자면 ‘살면서 몇 번은 땅 끝에 서게’ 된단다. 그는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했으나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에 서면 이상하게도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땅 끝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 말은 곧 끝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북위 34도 17분 21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은 이 땅의 끝이지만 끝이 아니다. 앞으로는 걸어서 더 나아갈 곳이 없지만 뒤돌아서면 다시금 육지가 시작된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1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2천리’로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하였다. 하늘에서 땅끝을 보면 꼭 한반도처럼 생겼다.
그래서 ‘여느 땅과 같지만,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라는 해남군의 홍보문구가 전혀 과장스럽지 않은 이 땅끝엔, 지금 봄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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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탑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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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맴섬 | 봄기운 출렁이는 땅끝마을 남쪽 끄트머리 해남 땅끝에 달달한 봄기운이 출렁인다. 따뜻하고 포근한 바닷바람에 실려 온 봄은 마늘밭을 연초록으로 물들였고 새빨간 동백꽃도 수줍게 꽃망울을 피웠다. 선착장에는 시퍼런 생파래를 걷어 올리는 어부들의 손길이 부산스럽다. 홀로 무료하게 화투를 치던 노점상 할머니는 외지인을 알아보곤 금세 화색이 돈다. “해남 멸치가 얼매나 맛난지 한번 잡숴나 보소잉.” 인심 후한 남도답게 멸치 한 줌이 손에 쥐어진다.
바다와 산, 마을을 모두 아우른 땅끝 산책로는 사자봉을 중심으로 1~3코스가 나 있다. 설렁설렁 땅끝마을을 빠져나와 사자봉을 향하면 모노레일 승차장 표지판이 보인다. 해발 400여m의 사자봉 정상까지는 가파른 계단길로 이어져 모노레일을 타는 게 편하다. 모노레일에 올라타면 땅끝마을을 따라 이어진 해안선과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힌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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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해수욕장 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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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마을 선착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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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멸치를 파는 할머니 | 길이 끝나는 데서 길이 시작된다 땅끝전망대에서 가파른 나무데크 계단길을 한참 내려서면 비로소 땅끝탑이다. 길은 여기서 어느 쪽을 택해도 무방하다.
시인 고정희가 ‘그림 같은 산과 들에 절하고 싶어라/ 무릎 꿇고 남도 땅에 입 맞추고 싶어라’고 해남을 예찬한 시 <남도행>이 절로 떠오를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진다.
땅끝탑에서 송호해수욕장까지는 2km. 길 곳곳에 조망이 뛰어난 쉼터와 이야기가 담긴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자갈밭 삼거리에서 잠시 해안가로 내려서면 동글동글 반들반들한 조약돌이 지천으로 깔린 댈기미다. 사자봉을 향해 소원을 빌며 자갈을 바다로 던지는 곳이라는데, 이때 곁에 아무도 있지 않아야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군부대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걷다보면 동백나무가 늘어선 갈산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고개 하나만 더 넘으면 송호해수욕장이다. 1코스는 여기서 끝나지만 3코스가 새롭게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길은 땅끝천년숲길과 이어져 달마산 미황사로도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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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댈기미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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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땅끝~갈산~송호해수욕장 트레킹 정보
해남읍에서 땅끝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1일 19회 운행한다. 약 40분 소요. 땅끝전망대까지 오르는 모노레일(061-533-4404)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편도 요금은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왕복권은 1000원 추가.
송호해수욕장에 위치한 땅끝오토캠핑리조트(061-534-0830)는 캠핑트레일러가 설치돼 있다. 요금은 비수기 주중 4만원, 주말 및 공휴일 5만원, 성수기는 각각 8만원, 10만원. |